2017년 화악산 복주머니난(2017.5.20)
오늘 복주머니난을 만나려고 때이른 무더운 날씨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울에서 자동차로 2시간 넘게 달려 들머리에 도착하여
집사람, 똘수와 함께 셋이 지름길인 가파른 능선길로 가려고 하다가
초입에 길을 잘못 들어 이른바 힘빠지는 알바를 한바탕하고 나서
계곡길로 다시 가는데 집사람이 너무 덥고 힘들어서
도저히 못가겠다며 똘수를 데리고 하산하고
작년처럼 혼자 산행했다.
등산중 혼자오신 한분만 만났고
등산로가 아닌 깊은 산속에서 나물꾼들의 소리가 몇번 들렸다.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오지라 그런지
등산로가 희미하게 없어지는 곳이 많았다.
등산중 경험한 일이지만
몇번 지나갔던 등산로가 몇년후 가보면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 난감한 상황에 처한 일이 가끔 있다
사람의 발길이 조금만 뜸하면
살아 움직이는 자연이 순식간에 원상회복시켜 버린것이다
자연의 복원력에 놀라울 뿐이다
등산로 주변에도 산나물이 많아 한주먹 정도 채취했다.
이곳의 복주머니난과의 인연을 설명하면
2007년 똘수랑 셋이 산행하다가 산나물 군락지를 발견하고 산나물을 채취하다가
평소에 그렇게 보고싶었던 복주머니난을 그것도 우연히 발견하여 흥분과 전율을 느꼈던
세런디피티(serendipity)의 현장을 매년 연례행사로 찾아간다
작년에 갔던 그곳에 드디어 도착하니
전체 6포기중 3개는 만개 했고 두개는 아직 꽃봉오리를 오무리고 있었다.
그리고 하나는 꽃대조차 나오지 않았다.
혹시나 하고 가슴 졸이며 올라 갔지만
활짝 웃고 있는 복주머니난을 만나니
옛 친구를 만난것처럼 너무 반가웠고 피로가 순식간에 싹 가셨다.
복주머니난과의 만남의 순간을 만끽한 행복한 시간이었다.
인간은 항상 가능성을 지향하고 또한 시간성의 한계에 구속될수 밖에 없는 존재이므로
삶의 대부분이 불안으로 채워지나
꿈과 기대가 이루어지는 극적인 순간의 기쁨과 만족은 오히려 배가 되는 것이다
결국 한순간을 위한 산행이었고 우리인생도 어찌보면 한순간을 위한 힘든 여정의 연속이다.
과거는 이미 지나가버려 어찌 할수 없는 것이고 (what's done is done)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아 알수 없는 것이며
현재 이순간이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확실하고 가치있는 시간인 것이다
즉시일배주(卽時一杯酒)가 훗날의 진수성찬보다 더 낫다는 것이다
죽음을 의식하지 않는 습관적인 삶이 또는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 관성적인 삶이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상에 크게 거부감 없이 순종하며 사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프랑스의 카뮈는 고되고 지루한 반복적인 삶을 시지프스의 형벌이라고 했겠는가
하지만 우리들의 맹목적인 삶의 의지는 이를 압도하고도 남음이 있으니 다행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을 남의 일로만 생각하고
자신의 문제가 아닌 것처럼 애써 회피하면서 살고 있다.
그러면서 현재의 일상이 계속될것처럼 착각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의 말처럼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 삶은 천박해지기 쉽다.
일상에 파묻혀 아무생각없이 무의미하고 가치없는 허송세월로
인생을 낭비하는 취생몽사의 삶을 살면서도
인생의 짦음을 한탄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가
삶이없는 죽음이 있는가 죽음이 없는 삶이 있는가
삶과 죽음은 하나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것이다. 결국 삶과 죽음은 하나이다(死生爲一條 사생위일조)
하이데거는 죽음을 향해 미리 달려감으로서 인간은 실존에 더 가까이 다가서고 새로운 삶을 열수 있다고 한다.
죽음의 문제에 대해 천착하는것은 결국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죽음의 문제를 피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죽음을 긍정하고 이를 항상 진지하게 성찰하며 살아야 한다.
그러면 하루하루가, 지금 현재의 순간순간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지,
인생이 얼마나 고귀한 삶인지,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저절로 깨닫게 될것이고
지금까지의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삶을 한층 의미있고,즐겁게, 품위있게 살아 갈것이다
지금 이순간의 중요성을 유달리 강조하는 글귀들이 호라티우스의 글에서 많이 볼수있다
기원전 1세기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의 송가중 라틴어로 카르페 디엠 (carpe diem)이란 말이 있다.
지금 이순간에 충실하라는 뜻이다
현재를 즐겨라, 오늘 이순간을 잘 이용하라는 말이다
내일(미래)은 최소한만 기대하라(믿어라)는 싯귀가 바로 이어진다.
동양에도 일맥상통한 싯귀가 있다.
제때에 즐겨라 어찌 내년을 기약하는가 爲樂當及時 何能待來玆(위락당급시 하능대래자)
즐길수 있을때에 때를 놓치지 말고,또 미루지 말고 즐기라는 뜻이다
아직 오지않은 불확실한 미래보다는
가장 확실한 현재, 우리인생의 단 한번뿐인 지금 이순간의 삶을
충실하게, 즐겁게,의미있게 사는것이
멋진 인생이라고 동서양의 고전들이 시사하고 있다
심지어는 날마다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살아야 한다는 현자들도 있다.
이 생을 어찌 두번 살수 있겠는가 (此生豈再値 차생기재치, 도연명의 잡시중)
한번 살면 그만인 것을 (you only live once , YOLO)
각설하고
하산은 처음에 가려고 했던 가파르고 길이 희미한 능선으로 내려 왔다.
사진은 대형,소형 카메라와 핸드폰등 3개로 촬영하였고
그중 일부만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