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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화악산 복주머니난(2023.5.17)

삽초 2023. 5. 17. 21:31

오랜만에 화악산의 복주머니란을 만난 잊을수 없는 하루였다

복주머니란의 밝고 예쁜자태가 깊은 숲속에서 눈에 확 띄어

너무나 반갑고 기뻤다

갑자기 주위가 훤해지는 것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입술 꽃잎이 기나긴 세월동안 거듭된 진화로 복주머니같이 변형되어

수분 매개 곤충을 유혹하는 역할을 하며

취미판단 능력이 있는 우리인간이 바라볼때에도 

복주머니가 단연 압권이고 아름다움의 극치이다

 

 

우리에게 꽃은 일반적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심리적인 표상의 상징이고 은유이다

칸트의 판단력 비판에 의하면 꽃은 목적의 표상이나 개념이 없기때문에 아름답게 느끼는 것이다

물론 이때에도 합목적성이 있어야 미를 느낀다

아름다운 꽃은 우리에게 직접적인 목적은 없지만 기쁨과 만족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존재하는 듯한 합목적성이 느껴지기때문이다

즉 목적없는 합목적성의 형식이 미인것이다

합목적성은 일단 목적을 전제로 하기때문에  목적없는 합목적성이란 표현은 이른바 형용모순이지만

이는 어떤 목적에 부합하기 위한 존재가 아니라는 말이다

풀어쓰면 아무런 목적이 없지만 목적이 있는 것처럼 그목적에 부합하는

즉 그목적에 맞는 합목적성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여기서 목적은 철저히 인간 중심적인 사고이고 입장이다

즉 인간의 관점인것이다

꽃도 자체의 목적이 있기때문에 지금의 꽃 모습으로 진화해 왔을것이고

생존과 번식이 그목적일수 있으나  또 우리가 미처 모르는 것일수도 있을것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철학자로서 구조주의를 비판했던 해체주의자인  프랑스의 자크 데리다는

칸트의 논리대로라면 순수 자연상태의 야생튤립을  미감의 대상으로 선택해야 했는데

실지는 그당시 유럽에서 인간이 개량하고 재배한 튤립을

칸트가 미의 대상으로 한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이것은 목적이 있는 튤립이기때문이다

자연상태의 야생화가 우리에게는 완전히 타자(他者)이고 순수 객관으로 목적과 철저히 단절되어 있기때문이다

우리가 식물원등에서 보는 복주머니란보다 깊은 산속의 야생의 복주머니란을 보고 느끼는 감흥의 강도가

훨씬 큰것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우리가 아름다움을 느끼는것은 대상의 속성이 아니고 주체의 속성이라는 칸트글에 대하여

일응 수긍을 하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도 없지않다

꽃잎 모양과 색깔의 조화로운 조합이 아름다움을 느끼는 우리 인간의 인식틀에 딱 들어맞아야 하기때문이다

 

이만 각설하고 

깊은 산속에서 야생 복주머니란의 완성도 높은 아름다움에 즐겁고 행복한 하루였다

또한 유혹없는 매력에 흠뻑 빠진 하루였다

보고 또 보아도 항상 더할 나위없이 아름답다

그것도 기품있고 격조있는  아름다움이다

자자손손 번창하기를 기원한다

 

귀룽나무

 

등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