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폭염으로 한반도를 달구는 가마솥 더위가 계속되는 2012.8.1 아침 6시 서울을 출발하여
경춘고속도를 타고 동홍천 나들목을 빠져나와 44번 국도를 이용하여 한계령에 도착,
차를 주차시키고 아침 8시 30분부터 산행을 시작하였다.
산행코스는 한계령,한계령 삼거리,끝청,중청산장,소청,희운각,무너미고개,신선봉,1,275봉,
나한봉,마등령 정상,비선대,설악동 소공원을 지나 매표소입구 도착,속초택시(5만원)로 한계령에 원점회귀,당일서울로 귀가함.
한계령에서 올라가는 길은 첫번째 고개가 제일 힘들다.
몸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긴 된비알이 계속이어지기 때문에 누구나 힘들다.
그러나 힘들게 첫번째고개를 넘어서면 사점(dead point)을 통과하여 몸이 풀리기 때문에
이후로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진행할수 있다
덜 가파른 두번째고개를 지나 세번째고개에 올라서면 귀때기청봉과 대청봉의 갈림길인 한계령 삼거리다.
서북능선상에서는 우측으로 점봉산,작은 점봉산,방태산,응복산등이 보이고
뒤돌아보면 귀때기청봉,안산,주걱봉등이 멀리 조망된다
대청봉을 향하여 계속 진행하다가 끝청 오름막이 좀 힘들고 끝청에 올라 조금 진행하면
좌측방향으로 용아능과 봉정암, 공룡능이 시원스럽게 펼쳐지고 이후 중청 산장까지는 쉽게 갈수 있다.
준비해간 점심을 간단히 먹고 소청을 지나 희운각에 도착하여 생수를 구입하고 무너미 고개를 지나
공룡의 첫번째 봉우리인 신선봉에 오르는데 힘이들고 체력소모가 많았다.
신선봉을 지나 1,275봉 까지 역시 힘이들고 체력소모가 많다.
1,275봉 조금 못 미처 천화대가 천불동쪽으로 뻗어나가며 잦은바위골과 설악골을 가르고 있다.
이중 가장 웅장하고 큰 범봉이 천화대의 20여개의 암봉중 단연 압권이다.
또 1,275봉직전에 가야동 4거리를 지나 공룡능선으로 합류하는 속칭 공가골에서 올라오는길이 보인다.
드디어 거리상으로 약60%지점(무너미고개에서 진행기준)인 1,275봉에 힘들게 오르면 주변조망이 일품이고
바람꽃,산오이풀등의 야생화가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1,275봉을 내려와 나한봉쪽을 향하다보면 우측에 거대한 암봉사이로 동대문처럼 탁 트인 곳이 나오는데
설악골이 그대로 내려다 보이고 멀리 세존봉도 보이는등 주변조망이 안성맞춤일 뿐만 아니라
또한 동쪽에서 시원한 바람까지 덤으로 불어와 지나가는 사람들이 발길을 멈출수 밖에 없는 곳이다.
잠시 쉬었다가 힘을 조금 들여 올라가면 거리상으로 약80%지점인 나한봉(큰새봉)이고
이후 마등령에 이르기까지 오르막이 꽤 많아 역시 힘이들고 체력소모를 요하는 곳이다.
거꾸로 진행하면 마등령 오르기,그리고 1,275봉과 신선봉에 오르기가 제일 힘든 곳이다.
공룡능선은 상하, 좌우로 굴곡이 극심한 곳이라 체력소모가 많고 위험한 길이 많아
항상 조심 또 조심해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수 있다.
우리나라 지형이 대체적으로 동고서저로 강원도를 지나는 백두대간이 거의 동쪽은 가파르고
서쪽은 완만한 것처럼 공룡능선 역시 마찬가지로 한두군데 제외하고는 전부 등산길이 서쪽으로 나있다.
마등령 정상에서 비선대 하산길도 매우 가파르고 위험하기 때문에 하산시 조심해야 한다.
마등령 정상에서 비선대 방향으로 조금 내려오면 외설악을 한눈에 조망할수 있는 천하 명당자리에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시계방향으로 칠성봉,화채봉,대청봉, 신선봉,범봉등 천화대,1,275봉,나한봉등 외설악의 전경이 한눈에 시원스럽게 펼쳐지며
이를 광각렌즈로 촬영하면 한장에 다 담을수 있는 멋진 곳인데 역시나 짙은 운무로 시계제로여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그냥 비선대로 하산했다.
이번산행은 무더운 날씨에다 오르내림이 많아서 그런지 물을 계속 마셔도 갈증이 해소되지 않았다.
그리고 산행중 만난 야생화는 서북능선에서는 말나리,모시대,참나물,동자꽃,산꿩의 다리,
두메고들빼기,구절초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고 공룡능선에는 바람꽃, 솔나리,말나리,산꿩의 다리,
구름체꽃(근생엽 잔존),물레나물이 대부분이었고 마등령 주변에는 동자꽃,개구릿대등이 눈에 띄었다.
특히 한여름 공룡능선 야생화중 구름체꽃과 바람꽃은 절정을 지나고 있었고
바위틈에서는 조금 시든상태의 솜다리가 아직도 질긴 생명력으로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작년여름에 보았던 연잎꿩의 다리는 보이지 않았다.
돌단풍은 원래 계곡바위에 자생하는 식물인데 공룡능선의 바위에 많이 자생하는것은
운해가 연중 많아 습기가 많기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또 공룡에 갈때마다 아쉬운 것은 1,275봉이 이름이 없다는 것이다.
서북능선에서도,대청봉에서도,소청에서도, 화채능선에서도 그리고 공룡능선이 보이는 어디에서도
가장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는것이 1,275 봉이다.
공룡능선에서 가장 웅장하고 크고 높아 사실상 맹주역할을 하고 있는데도 이름이 왜 없는지 이해할수 없다.
공룡봉이라고 하던지 빨리 이름표를 달아주면 좋겠다.
이번 산행중 가장 아쉬웠던 점은 서북능선에서 희운각에 갈때까지만 해도 공룡능선에 운해가 멋진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기에
1,275봉, 범봉등 기암괴석과 운해가 어우러진 한폭의 동양화를 기대하며 신선봉에 숨가쁘게 올라갔지만
운해가 공룡능선 전체를 완전히 삼켜버려 작년8월과 마찬가지로 실망하지 않을수 없었다.
온나라를 달구는 강렬한 햇볕도 설악산 운해의 맹렬한 기세를 꺾지 못하고 오히려 꺾이고 있었다.
신선봉에서 바라보는 운해와 어우러진 공룡능선의 풍경이 전국국립공원중에서 가장 멋진곳으로 이미 선정된 곳이다.
이곳은 신선들이 노는 別有天地非人間이라 세속에 물든 사람들에게는 보여주기 싫어 운해가 모든것을 삼켜버렸는지 모르겠다.
이백은 산중문답(山中問答)에서 복숭아꽃이 물에떠서 아득히 흘러가는
즉 도연명의 무릉도원을 연상시키는 곳을 별천지라고 했지만 운해와 어우러진 공룡능선의 환상적인 모습도
별유천지 비인간이라 해도 조금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설악산은 크게 해양성 기후인 외설악,내륙성 기후인 내설악그리고 오색쪽의 망대암산,점봉산등의 남설악으로 나뉜다.
내설악은 십이선녀탕계곡, 대승폭포,수렴동계곡,가야동계곡, 구곡담계곡, 용아장성등이 있고
외설악은 천불동계곡,권금성,토왕성폭포, 화채능선,울산바위
그리고 외설악과 내설악을 가르는 백두대간 공룡능선등 천하 절경이 이루 셀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래서 설악산은 보고 즐길것이 많은 문자그대로 雪嶽山 多勝事란 말이 딱 어울리는 명산중의 명산이다.
가야동 계곡과 구곡담계곡을 가르는 용아능과 천불동계곡과 가야동계곡을 가르는 공룡능은
서로가 설악산 최고의 능선이라고 경쟁하고 시샘하는 상대인양 용아릉에서 바라보는 공룡능은 별 볼품없는 밋밋한 능선이고
또한 공룡에서 바라보는 용아능역시 그저 밋밋한 능선으로 보인다.
아무쪼록 공룡능선 산행 내내 짙은 운해때문에 가까이 있는 기암괴석조차 선명하게 보이지 않았고
심지어는 종종 빗방울 까지 떨어져서 멋진 풍광을 볼수도 없었고 카메라에 담을수도 없었던 아쉬움을 달래고자
이백의 산중문답을 읊으며 산행기를 마무리한다.
山中問答(唐, 李白)
問余何事棲碧山(문여하산서벽산) 그대(나)는 무슨일로 푸른산에 사는가
笑而不答心自閑(소이부답심자한) 대답은 않고 웃기만 하니 마음이 저절로 한가하네
桃花流水杳然去(도화유수묘연거) 복숭아꽃 물에 흘러 아득히 떠내려가니
別有天地非人間(별유천지비인간) 인간세상이 아닌 별천지라네
(註, 자문자답 형식의 칠언절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