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6.6.현충일에 남원에서 경남 함양군 마천면 추성리 주차장에 아침 6시에 도착하여
칠선계곡을 탐방하며 천왕봉에 올라 제석봉을 경유하여 장터목산장에서 백무동에 도착하니 오후 3시였다.
산행코스는 추성리 주차장,두지터 마을,선녀탕,옥녀탕,비선담,통제소,칠선폭포,대륙폭포,삼단폭포,마폭포,
된비알 능선,철계단,천왕봉,제석봉,장터목산장,백무동주차장,마천택시로 추성리로 원점회귀.
산행거리는 국립공원 이정표에 의하면 칠선계곡에서 천왕봉 구간은 9.7킬로미터,천왕봉에서 장터목 산장 1.7킬러미터,
그리고 장터목 산장에서 백무동은 5.8킬로미터로
전체 17.2킬로미터 인데 도상거리가 아닌가 생각된다.
칠선계곡은 제석봉쪽에서 뻗어내린 창암능선과 하봉쪽에서 분기한 초암능선 사이의 골로서
울울창창한 원시림과 수많은 폭포,소,담등 천혜의 비경을 품고있을 뿐만 아니라
태고적 신비로움까지 간직하고 있는 지리산 최고의 감추어진 속살로서
남한의 3대 계곡의 하나로 알려져 있는 그야말로 심산유곡이었다.
출입이 자유로운 곳까지는 길상태가 양호하나 통제선을 벗어나면 험하고
길찾기가 수월하지 않은곳도 수차례 있으며 가끔식 길이 없어 계곡으로 가다가 다시 계곡옆으로 길이 발견되는등
난코스가 많고 체력소모가 많은 곳이다.
칠선계곡에는 쪽동백나무가 아주 많았으나 전부 낙화하여 나무에는 꽃이 하나도 없었고
땅에 떨어진 꽃을 계속 밟으며 깊은 골을 올라가다보니
어느새 봄이 꽃과 함께 홀연히 가버렸다는 아쉬운 생각에 두보의 곡강 싯귀가 떠오른다.
一片花飛減却春(일편화비감각춘) 꽃잎하나 떨어져도 봄은 지나 가는데 (봄빛이 줄어드는데)
豊飄萬點正愁人(풍표만점정수인) 바람에 만점(모든) 꽃잎이 떨어지니 깊은 시름에 잠기네
깊은 상념에 빠지면 주변 풍광을 놓치는 것은 그렇다 치더러도 사고나기 십상이다
그래서 다시 정신을 바짝 차리고 통제선을 지나 계속 가다보면 먼저 좌측 아래쪽에 칠선폭포가
우렁찬 굉음을 내며 물줄기를 힘차게 쏟아내고 있고
주변 풍광을 감상하며 잠시 더 가다보면 길 좌측에 대륙폭포가 다른 지류에서 우렁찬 소리를 내고 있는데
등산로는 다시 조금만 되돌아와서 폭포 우측능선으로 올라가야하며
또 길을 계속 가다보면 3단폭포가 길을 막으며 우렁찬 소리와 함께 물보라를 일으키고 있었고
길은 폭포 바로 좌측으로 바싹 붙어서 상단폭포로 기어 올라가야 하는데
여기에서 길을 못찾고 다른능선으로 오르락 내리락하고 지나온 길로 다시 수백미터를 왕복하는등
이른바 힘빠지는 알바를 하고 말았다.
다시 주변 경치를 감상하며 가다보면 골과 헤어지는 마지막 폭포인 마폭에 도착한다.
좌측 중봉골과 우측 천왕봉골의 합수지점에 있는 마폭포에서 드디어 골을 벗어나
양골사이 능선으로 1.7킬러미터를 올라가면 천왕봉이다.
능선으로 올라가자 마자 등산로를 가로막고 쉬어가게 만드는 보기드문 거대한 주목나무는
칠선계곡을 수백년간 지키면서
이곳의 아픈 역사등 지리산의 모든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마지막1,7킬로미터지만 해발900미터 이상을 올라가야 하는데 이미 칠선계곡의 험한 8킬로미터를 걸어와
상당히 지친상태에서 마지막 된비알은 심리적인 피로감까지 겹쳐 체력소모가 가중되나
청초한 하얀꽃으로 주변을 수놓고 있는 귀한 나도 옥잠화를 만나니 순간 마음이 설레이고 피로가 싹 가신다.
드디어 철사다리 계단을 지나 천왕봉에 오르니 인산인해였다.
운해가 천왕봉에 몰려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물을 제외하고는 배낭에 넣어간 유일한 음식인 호박죽으로
이른 점심을 먹으며 한참을 기다린 보람으로 시야가 트이기 시작하여 다행이었으나
동서남북 만학천봉이 일망무제로 시원스럽게 펼쳐지는 우리나라 최고의 조망처 천왕봉에 대한 기대는 결국 난망이었다.
그래서 아쉬움을 달래고자 15세기 최고의 조망산행을 했던 지리산 산행기를 소개한다.
조선시대 김종직은 사림파의 종주로서 무오사화의 빌미가 되었던 조의제문의 지은이로 알려져 있지만
누구보다 지리산을 사랑했던 분입니다
15세기 조선성종때 함양군수 였던 점필재 김종직은 지리산 산행기인 遊頭流錄(유두류록)에서
천왕봉에서 보름달을 완상하고 닭이 울면 일출을 보고 날이 새면 주변을 조망하기 위하여 지리산에 간다고 적고 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는것 같다.
하지만 점필재 일행은 날씨가 좋지않아 천왕봉에서 1박후 지금의 장터목 근처에 있는 절로 하산하였다가
다음날 아침 화창한 날씨가 되자
다시 천왕봉에 올라가서 주변을 조망하며 육안으로 보이는 수십개의 산들을 기록하고 있는데
그중 멀리 있는 산중 일부만 소개하면
대구의 팔공산,청도의 운문산,공주의 계룡산,부안의 변산, 광주의 무등산,영암의 월출산,전주의 모악산등이 나오며
특히 팔공산과 무등산이 주변산에 비하여 우뚝 솟아있다고 적고 있다.
15세기 선조들이 지금보다 시력이 훨씬 좋았던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천왕봉에서 어떻게 그많은 산을 알아볼수 있었는지, 더구나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산까지.
선뜻 이해가 안됩니다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수준보다 우리 선조들이 훨씬 뛰어났다는 사실입니다.
점필재 선생의 최고의 조망산행을 떠올리며 주변을 조망하고 사진촬영을 하면서 1시간 넘게 천왕봉에 머물다가
제석봉으로 가는데 통행체증으로 사람물결에 휩쓸려 가야 했다.
제석봉은 역시 고사목 풍경이 일품이다
장터목산장에 도착하니 여기도 수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는있는등 발디딤틈이 없었다.
당초에는 세석산장까지 가서 한신계곡으로 하산하려고 했지만 오후에 비예보가 있어
당초계획을 수정하여 장터목에서 백무동으로 하산했다.
산행중 아쉬움도 있었지만 지리산 최후의 원시림을 헤치고 감추어진 비경을 감상하며
대자연속에 흠뻑 빠져 세속의 모든 번뇌를 잊어버리고
나 혼자만의 유유자적했던 칠선계곡 산행은
정말 잊지못할 추억으로 내 가슴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산행내내 카메라 2대로 수백장을 찍었지만 마음에 드는 사진이 별로 없어
10%정도만 블로그에 올려 부족한 산행기를 대신한다
칠선계곡 초입부터 천왕봉 직전까지 산행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