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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악산의 복주머니 난(2016.5.21)

 때이른 한여름의 폭염이 연일 계속되고 있는 토요일 아침 복주머니 난을 만나러 혼자 산에 갔다.

인적없는 심산유곡의 울울창창한 원시림을 헤치며 올라갔다.

산속에서 너구리와 고라니는 만났지만 사람은 전혀 만나지 못했다.

목적지는  2007년 현충일날  만개한 복주머니난(개불알꽃)을  우연히 처음 만났던 곳이다.

2008년에도 역시 현충일에 또 만났다.

그리고 작년까지 만개한 복주머니난을 만나지 못했다.

휴면을 하는지 나오지 않은 해가 많았고 잦은 비에 꽃봉오리가 시들어 버린 해도 있었다.

그동안 보통 꽃봉오리가 보통 2-3개 정도였다.

꽃피는 시기를 헤아려 매년 찾아가는데 올해가 9번째다

이상기후 때문인지 꽃피는시기를 종잡을수가 없다

요즈음의 날씨로 미루어 보아 예년보다  빨리 필것 으로 짐작은 했지만

만개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고 큰 카메라는 집에 두고 소형만 가지고 갔다.

일단 가서 만개시기를 가늠하여 다시 찾아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뜻밖에 활짝 만개한 복주머니난이 나를 반겼다.

개화시기만 되면  보고싶어 얼마나 오매불망(寤寐不忘), 오매사복 (寤寐思服) 했던가

큰 카메라가 없어 조금 아쉬웠지만 기대하지 않았던 망외의 소득이었다. 

오늘 8년만에 만개한 복주머니난을 만났다.

그것도 7포기중 어린 1개를 제외하고 6포기의 꽃봉오리가  활짝 만개한 꽃을 만났다.

너무나  흥분이 고조된 이때 심정은 필설로 형언할 없을 정도로 기쁘고 반가웠다.

일반적으로 화려할수록 더 일찍 시들어버리는것이 꽃의 속성이다

그것도 더 추하게 말이다

이게 다 자연의 이치고 세상의 이치다.

그런데도 때맞춰 적기에 만나는 행운까지 따랐다.

그동안 수많은 산을 다녔지만 복주머니난을 만난곳은 이곳이 유일무이하다

그만큼 만나기 여려운 귀한꽃이다

보면 볼수록 생김새가 특이하고 기품이 있으며

예쁘고 아름답고 화려함의 극치이다.

볼품없는 풀이 어떻게 이처럼 수려한 꽃을 피우는지 도대체 알수 없는 일이다.

 

너에게 하나만 묻고 싶은데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싶지 않느냐고

산바람에 한들한들 아니라고 하네

이제야 부끄러움이 무엇인지 알겠구나

 

꾸밈도,뽐냄도,욕심도 없이 

타고난  모습  그대로  간직한 채

오직 자연의 섭리만 따르는 너를 보니

무위자연의 참뜻을 이제야 알겠구나

 

하지만 인간의 끝없는 탐욕때문에 지구상의 수많은 생물종들이 계속 멸종하고  있다

복주머니 난도 예외가 아니다

개체수가 현저히 감소되어 멸종이 현실화될 위기에 처해 있다.

면면히 계속 번식할지, 누군가 채굴해 갈지 항상 걱정이다.

다행히 사람이 다니지 않는 외지고 으슥한 곳에 자생하고 있어 다소 안심은 된다.

복주머니난 바로 위쪽에 참취가, 아래우측에 곰취가 함께 있어

나물꾼이 접근할까 두려워 채취하려고 했었는데

아쉽게도 깜박 잊어버리고 그냥 하산하고 말았다.

무사히 자자손손 번창하기를 바라면서

지금의 나의 바램을 대변해주는 청나라 정섭의

난초에 대한  싯귀 한구절을 소개하며 이만 줄인다

 

此是幽貞一種花(처시유정일종화) 이것은 그윽하고 곧은 한종류의 꽃

不求聞達只煙霞(불구문달지연하) 세상에 알려지지 않고 오직 자연(안개와 노을)에만 있어야  하는데

采樵或恐通來徑(채초혹공통래경) 나뭇꾼이 혹시 오고가는 길을 낼까 두려워서

秪寫高山一片遮(지사고산일편차) 높은산을 그려 한쪽편을 막을수 밖에 없네